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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선비들이 읊은 시 한수

무명자(無名子윤기(尹愭, 1741~1826)

 

설날 아침의 회포 경인년(1770, 영조46) 元朝書懷 庚寅

 

서른 살이 되도록 무슨 일 이루었나 三十行年底事成

새해를 맞자마자 가슴이 철렁하네 纔逢新歲便心驚

슬하를 떠나온 것 언제나 한()이지만 常時每茹離違歎

오늘은 유난히도 높은 연세 걸리누나 此日偏多喜懼情

천지 같은 은혜 잊고 효도 봉양 못하니 天地恩忘靡孝養

가르침에 부끄럽네 공부에 게으른 죄 純深訓愧廢工程

서른 살에 공자님은 뜻을 굳게 세웠는데 猗歟而立吾夫子

걱정일레 공자님을 본받지 못할까봐 恐負平生願學誠

 

[-1] 설날 아침의 회포 

작자 나이 30세 때인 1770(영조46) 설날의 작품이다.

30세에 접어들면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과거 급제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하였다.

평성 운으로 제1()2()4()6()8()의 운을 맞추었고 제1구의 제2()가 측성인 측기식 수구용운체 칠언율시이다.

 

[-2] 높은 연세 걸리누나 

원문은 喜懼情으로본디 어버이의 높은 연세를 생각하며 한편으론 장수하심을 기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효도할 날이 많지 않음을 자각하여 두려워하는 마음을 뜻한다논어》 〈이인(里仁)의 부모님 연세는 기억하지 않아서는 안 되니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두려우니라.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라는 말을 원용한 표현이다.

 

[-3] 서른 살 

원문은 而立으로논어》 〈위정(爲政)에 공자가 자신의 연령 별 학문 성숙 과정을 말하면서 서른 살에 뜻을 확고히 세웠다.三十而立라고 한 데서 따온 말이다.

 

[-4] 걱정일레 …… 못할까봐 

원문은 恐負平生願學誠으로 본디 평소의 願學의 진심을 저버리게 될까봐 두렵다.’는 말이다. ‘願學은 맹자(孟子)가 백이(伯夷)이윤(伊尹)공자(孔子)를 모두 옛 성인(聖人)으로 평하면서도 출처(出處)의 원칙이 달랐음을 논하고자신이 바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합당하게 출처를 정했던 공자를 본받는 것(“乃所願 則學孔子也”)이라고 말한 바 있다孟子 公孫丑上



매천(梅泉황현(黃玹, 1855~1910)

 

설날 아침에 택당의 시에서 운자를 뽑아서 짓다元朝拈澤堂韻

 

하늘가 누런 구름이 땅끝까지 다 걷히니 天際黃雲捲四垠

지붕 위 초하루 해는 빛이 갑절로 새롭구나 屋頭初日倍光新

점괘는 집과 나라 올해 운수 대길이고 筮抽家國終年吉

술은 호산에 한 줄기 봄기운 띠게 하네 酒帶湖山一氣春

보기만 해도 배부르니 눈앞의 떡을 사양하고 眼飫還辭羅餠餌

나이 더하니 나도 모르게 허리가 가늘어졌네 齒添不覺約腰身

이웃들 새해 맞아 서로서로 하례하니 隣人拜歲勤相賀

우선할 일오늘 아침에 가난은 쫓았는가 首事今朝逐否貧

 

[-1] 신축고(辛丑稿) : 

1901(광무5) 매천이 47세 때에 지은 시 모음이다.

 

[-1] 택당(澤堂)의 시 

택당집(澤堂集)》 속집 권원일등파자령(元日登巴子嶺)을 말한다한국문집총간 88집에 실려 있다.

 

[-2] 허리가 가늘어졌네 

미인의 가는 허리를 비유하여 요여약소(腰如約素)’라고 한다약소(約素)는 동그랗게 묶은 비단 깁을 말한다원문의 약요(約腰)는 허리가 더 가늘어져서 졸라매야 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3] 새해 맞아 

원문의 배세(拜歲)는 옛날에는 대개 섣달 그믐에 한 해를 보내며 존장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을 말했는데후세에는 새해를 맞아 존장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을 뜻하니 세배(歲拜)와 같은 말이다.



도곡(陶谷이의현(李宜顯, 1669~1745)

 

신축년 설날에辛丑元日

 

작은 매화 봄빛이 연경 남쪽에 들어오니 小梅春色入燕南

객지에 외로운 회포 더욱 견디기 어렵구나 客裏孤懷轉不堪

절기는 흘러가서 경자년 지나 신축년이 시작되고 逝序庚辛纔換始

노쇠한 나이는 쉰에 또 셋을 더하였네 衰年五十又加三

천추에 동해의 고사를 생각하니 千秋東海思高士

함곡관에는 언제나 노담이 나올까 何日函關出老聃

가소롭다 이내 몸 부질없이 허리춤에 검을 차고 自笑腰間空有劍

오랑캐 조정에서 머리 굽히며 하례 의식에 참여함이 戎庭屈首賀儀參

 

[-1] 절기는 …… 더하였네 

도곡은 52세의 나이로 1720(경자년 숙종46) 11월에 연경에 들어가 설을 쇠고, 53세인 1721(신축년 경종1) 3월에 연경에서 돌아와 복명하였다.

 

[-2] 천추에 …… 생각하니 

동해(東海)의 고사(高士)는 전국 시대 제()나라의 명사인 노중련(魯仲連)을 가리킨다전국 시대 말기에 진()나라가 군대를 출동하여 조()나라의 서울인 한단(邯鄲)을 포위하였다이에 조나라가 여러 제후국들에 구원을 요청하였는데()나라의 안희왕(安釐王)은 장군 신원연(新垣衍)을 조나라에 보내 진나라 임금을 천자로 섬기면 포위를 풀 것이라고 설득하려 하였다노중련은 신원연을 만나보고 포악한 진나라가 방자하게 천자를 참칭(僭稱)한다면나는 차라리 동해에 빠져 죽겠다.”라고 하였다이에 제후들이 진나라의 무도함을 깨닫고 연합하여 진나라 군대를 대파하고 조나라를 구하였다史記 卷83 魯仲連列傳

 

[-3] 함곡관(函谷關)에는 …… 나올까 

함곡관은 관문의 이름이며노담(老聃)은 노자(老子)로 담은 그의 자라 한다사기》 63 노자열전(老子列傳)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노자는 도덕을 닦았는데그 학문은 자신을 숨겨 이름을 내지 않는 것을 힘썼다주나라에 오랫동안 살다가주나라가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마침내 그곳을 떠났다함곡관에 이르니관문을 지키는 관리인 윤희(尹喜)가 선생께서 장차 숨으려 하시니억지로라도 저를 위해 책을 써 주십시오.’라고 하였다이에 노자는 도덕의 뜻을 5천여 자로 쓰고 떠나가니 이것을 도덕경(道德經)이라 하며그가 죽은 곳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老子脩道德 其學以自隱無名爲務 居周久之 見周之衰 迺遂去 至關 關令尹喜曰 子將隱矣 彊爲我著書 於是老子 迺著書上下篇 言道德之意五千餘言而去 莫知其所終” 또한 관령이외전(關令二外傳)과 열선전(列仙傳)에 의하면주나라 때 함곡관의 영()인 윤희가 누대에 올라가 사방을 관망하다가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의 자줏빛 기운(구름)이 서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앞으로 성인이 이곳을 지나갈 것이다.” 하였는데과연 청우(靑牛)를 탄 노자를 만나서 도덕경을 전수받았다고 한다여기서는 노담의 고사를 들어자신이 언제나 벼슬을 버리고 도성문을 나올 수 있을까 반문한 것으로 보인다.



노봉(老峯민정중(閔鼎重, 1628~1692)

 

설날元日

 

세 나그네가 외로운 객관에 함께 묵다가 三客同孤館

두 해가 오늘밤 나뉘기에 兩年分一宵

모두 세월 빠르다 탄식하면서 共嗟流景促

이별의 정한 삭이질 못하누나 莫遣別魂消

밝은 해는 연대에 저물고 白日燕臺暮

홍안은 촉도에서 시드는데 朱顏蜀道凋

잘못 아는 쉰 살에 가까워졌으니 知非近五十

오늘 아침부터 허물이 적도록 해야지 寡過自今朝

 

[-1] 연대(燕臺) : 

본래 연경(燕京)에 소재한 황금대(黃金臺)전국 시대 연()나라 소왕(昭王)이 인재를 대접하기 위하여 세웠다여기에서는 연경의 별칭으로 쓰였다.

 

[-2] 촉도(蜀道) : 

본래 사천성(四川省()으로 가는 매우 험준한 길을 가리키는데여기에서는 중국으로 가는 사행길을 가리킨다.

 

[-3] 오늘 …… 해야지 

회남자(淮南子)》 〈원도훈(原道訓)에 거백옥은 나이 오십이 되어서 사십구 년 동안의 잘못을 알았다.”라고 한 데서 온 말로지나간 자신의 잘못을 깊이 후회하는 뜻으로 쓰인다거백옥은 춘추 시대 위()나라의 대부(大夫거원(遽瑗)을 가리키는데그의 자가 백옥이다.


*한국고전번역원DB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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