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왕이 전투를 좋아하시니 청하건대 전쟁으로 비유하겠습니다. 둥둥! 북을 두드려서 병기와 칼날이 이미 맞붙은 뒤에 갑옷을 버리고 병기를 끌면서 달아나되, 어떤 이는 백 보 이후에 멈추고 어떤 이는 오십 보 이후에 멈춰서, 오십 보로서 백 보를 비웃는다면 어떠합니까?” 〈왕이〉 말하였다. “옳지 않습니다. 다만 백 보가 아닐 뿐, 이것 또한 달아난 것입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왕이 만약 이것을 안다면, 백성이 이웃 나라보다 많아지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대답하여 말하길, ‘천하에 돌아가지 않는 이가 없다. 왕은 (무릇) 이삭을 아는가? 칠팔월의 사이에 가물면, 이삭이 마르다가, 하늘이 뭉게뭉게 구름을 만들어, 쏴아! 비를 내리면, 이삭이 쑥쑥 일어나게 될것이니, 그것이 이와 같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지금 무릇 천하의 임금이 아직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는 자가 있지 않았으니, 만약 사람 죽이기를 즐기지 않는 자가 있다면, 천하의 백성이 모두 목을 늘이고 (그를) 바라볼 것이니, 참으로 이와 같다면, 백성이 (그에게) 돌아감은 물이 아래로 흘러감과 같으니, 성대한 (그것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좋구나. 말씀이여.” (맹자가) 말하였다. “왕이 만약 (그것을) 좋아한다면 어찌 하여 행하지 않는가?” 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병통이 있으니 과인은 재물을 좋아한다.” (맹자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옛날에 공유가 재물을 좋아하였다. 시경에 말하였다. ‘이에 들에 쌓고 이에 창고에 쌓으며 이에 마른 식량을 싸기를 전대에 하고 자루에 하여 모아서 이로써 빛낼 것을 생각하여 활과 화살을 이에 펴놓으며 방패와 창과 도끼와 부월로 이에 바야흐로 가는 길을 열었다.’ 하니 때문에 거주하는 사람은 노적과 창고가 있고, 떠나는 사람은 싼 양식이 있은 그런 뒤에 이에 비로소 길을 열 수 있다. 왕이 만일 재물을 좋아하되 면 백성과 (그것을) 함께한다면 왕 노릇함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진실로 이 다섯 가지를 행할 수 있다면 이웃 나라의 백성들이 우러러 보기를 마치 부모와 같이할 것이니, 그 자제를 거느리고 그 부모를 공격함은 백성이 생겨난 때부터 이래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았으니, 이와 같다면 천하에 대적할 이 없을 것이니, 천하에 대적할 사람이 없다면 천명으로 다스리는 사람이니, 그렇게 하고도 왕 노릇 하지 못한 사람은 그런 사람은 있지 않았다.”
제나라 사람이 연나라를 정벌하자, 어떤 사람이 물어 말하였다. “제나라에 권하여 연나라를 정벌하게 하였다니 그런 일이 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아니다. 심동이 ‘연나라를 정벌할 수 있습니까?’ 묻기에, 내가 그에게 대답하여 ‘할 수 있다’ 말하자, 그가 그래서 그 나라를 정벌하였다. 그가 만약 ‘어떤 사람이라야 그 나라를 정벌할 수 있습니까?’ 말하였다면 장차 그에게 대답하길, ‘천리가 되면 그것으로 그 나라를 정벌할 수 있다’ 말할 것이다. 지금 사람을 죽인 자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어 말하기를,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하면 장차 그에게 대답하길, ‘그렇다’ 말할 것이니, 그가 만약 ‘누가 그를 죽일 수 있는가?’ 라고 말하면 장차 그에게 대답하되, ‘사사가 되면 그것으로 그를 죽일 수 있다’ 말할 것이다. 지금 연나라로서 연나라를 정벌하였으니, 어찌하여 그 일을 권했겠는가?”
대저 주땅을 나가는데도 왕이 나를 쫓아오지 않으니, 나는 그런 뒤에 호연하게 돌아갈 뜻을 두었다. 내가 비록 그렇지만 어찌 왕을 저버리겠는가? 왕은 오히려 이 기회로 선을 행할 수 있으니, 왕이 만약 나를 등용한다면, 어찌 단지 제나라 백성만 편안하겠는가? 천하의 백성이 모두 편안하리니, 왕이 행여라도 이점을 고치시기를 나는 날마다 그 일을 바라노라.
12
且夫枉尺而直尋者는 以利言也니如以利면則枉尋直尺而利라도 亦可爲與아<孟子, 滕文公下>
게다가 ‘한 자를 굽혀서 여덟 자를 펴는 것’은 이로움으로 말한 것이다. 만일 이로움으로써 〈말을〉 한다면, 여덟 자를 굽히고 한 자를 펴서 이롭더라도 또한 행할 수 있겠는가?”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가 공을 통하고 일을 바꾸어 남는 것으로서 부족한 것을 보충하지 않는다면, 농부는 남은 곡식이 있고, 그대는 남은 베가 있을 것이다. 그대가 만일 (그것을) 통한다면, 목공과 수레공이 모두 그대에게 음식을 얻을 것이다. 여기에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들어가면 효도하고 나오면 공경하여 선왕의 도를 지켜서, 훗날의 학자를 기다리지만, 그대에게 음식을 얻지 못하니, 그대는 어찌 목공과 수레공을 높이면서, 인의를 행하는 사람은 가벼이 여기는가?”
맹자가 말하였다. “중도에 맞는 자가 중도에 맞지 않는 자를 길러주며, 재주가 있는 자가 재주가 없는 자를 길러준다. 그러므로 사람은 현명한 부형이 있음을 즐거워한다. 만일 중도에 맞는 자가 중도에 맞지 않는 자를 버리며, 재주가 있는 자가 재주가 없는 자를 버린다면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의 서로의 거리가, 그 간격이 그로써 한 치도 될 수 없다.”
지혜를 미워하는 것은 그 천착 때문이니,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우임금이 물을 흘러가게 함과 같다면 지혜로운 사람을 미워함이 없을 것이다. 우임금이 물을 흘러가게 함은 그 일삼음이 없는 것을 행한 것이니,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또한 그 일삼음이 없는 것을 행한다면 지혜로움이 또한 클 것이다.
만장(萬章)이 물어 말하였다. “《시경(詩經)》에 이르길, ‘아내를 맞이하는 것을 어찌해야 하는가? 반드시 부모에게 고해야 한다.’ 하니, 진실로 이 말대로라면 순(舜)처럼 하지 않는 것이 마땅합니다. 순이 고하지 않고서 장가든 것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고했다면 장가들 수 없었다네. 남녀가 한 집에 사는 것은 사람의 큰 윤리이니, 만약 고했다면 사람의 큰 인륜을 폐지하여 부모를 원망하였을 것이네. 이 때문에 고하지 않은 것이네.”
학문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도를 향하여 외부의 사물이 이기는 바가 되어선 안 되니, 외부의 사물이 바르지 못한 것을 응당 일체 마음에 머물게 하지 말아서 마을 사람들이 모인 곳에 만일 장기, 바둑, 주사위 놀이 등의 놀이를 벌여 놓았으면 응당 눈을 붙이지 말아서 뒷걸음질 쳐서 (몸을) 이끌어 물러나고, 만일 광대와 기생이 노래와 춤을 하는 것을 만나면 반드시 모름지기 피하여 떠나야 하고, 만일 마을 안의 큰 모임을 만나 혹시 존귀하고 나이 많은 이가 억지로 만류하여 피하고 물러갈 수 없으면 비록 자리에 있더라도 용모를 단정히 하고 마음을 맑게 하여 간사한 소리와 음란한 색이 나를 침범함이 있게 안 된다.
오늘날에 예를 아는 집안들이 대부분 장례 지낸 뒤에 반혼하니, 이는 진실로 바른 예인데, 단지 당시 사람들이 흉내만 내어 마침내 여묘의 풍속을 없애고 반혼한 뒤에 각자 그 집으로 돌아와 처자와 함께 거처하여 예에 금기가 크게 무너지니, 매우 한심스럽다. 무릇 어버이를 잃은 자는 스스로 하나하나 예를 따를 것을 헤아려 조금도 이지러지고 모자람이 없다면 마땅히 예를 따라 반혼할 것이고, 만일 혹 그렇지 못하면 마땅히 옛 풍속을 따라 여묘함이 옳다.
증자가 말하였다. 사람이 스스로 (정성을) 다하는 자가 있지 않으나, 반드시 (생략)어버이 상일 것이다. 죽은 이를 보내는 것은 어버이를 섬기는 큰 예절이니, 여기에 그 정성을 쓰지 않는다면 어디에 그 정성을 쓰겠는가? 옛날에 소련과 대련은 거상을 잘하여 삼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석 달을 태만하지 않았고, 일 년간 슬퍼하였고, 삼 년간 근심하였으니, 이것이 거상하는 법칙이다. 효성이 지극한 자는 힘쓰지 않아도 능하지만, 만약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힘써서 (그것을) 따름이 옳다.
사람 중에 나를 헐뜯고 비방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돌이켜서 스스로 살펴야 한다. 만약 나에게 실제로 헐뜯을 만 한 는 행실이 있다면, 스스로 꾸짖고 안으로 책하여 잘못 고치지를 꺼리지 않는다. 만약 나의 잘못이 매우 작은데도 더하고 넓히고 보태어 말한만약 다면 저 사람의 말이 비록 지나치지만, 나에게 실제로 비방을 받을만한 실마리가 있는 것이니, 또한 마땅히 전날의 잘못을 깎고 제거하여 털끝만큼도 남겨두지 않는다. 만약 나에게 본래 허물이 없는데도 거짓말을 날조했다면, 이것은 망령된 사람에 지나지 않을 뿐이니, 망령된 사람과 어찌 거짓과 진실을 따질 수 있겠는가? 또 저 사람의 거짓된 훼방은 바람이 귀를 지나가고 구름이 허공을 지나가는 것과 같으니 나에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무릇 이와 같다면 곧 훼방이 올 때 (허물이) 있으면 (그것을) 고치고, (허물이) 없으면 더욱 힘쓴다면, 나에게 유익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